꽃다발
2월.
아직 쌩쌩한 겨울을 봄처럼,
소란스런 양동이
흐드러진 거리를 지나면
운동장 복판과 구석으로
조급하게 자리 잡는
저마다 반가워 활짝 핀 얼굴들
행여
프레임 밖으로 벗어날까 두려운 것 마냥
서로 어깨를 부여잡고 있다
들뜬 가위의 강요에
몰래 독기를 품는
꽃의 꼭대기엔 푸석한 밀가루
넌더리를 치듯 환호하고
그나마도
간직하기 위해 흐름은 없었다는 듯 내심
망설였을 그들은 한껏 웃어 보이며 플래시를 터뜨렸다
싹둑-
운동장 가득
맹렬히 피워 올리는 유년의 마지막 비명
울긋불긋 숨죽여 가녀리게 떨면
모인 사람들의 앞과 뒤에 서린 뿌듯한 격려가
이미 잔인하게 날이 선 줄기 끝을 예쁘게 휘감아 주는
몹시 아둔한 위로와 수긍
그 뿐이었을 따름이다
스물한 살.
막 스무살이 되는 후배들의 졸업식을 다녀 오던 마음은
뭐가 그리 착잡했는지,
학회를 통해 詩作을 연습한지 겨우 1년을 넘기던 그 날의 습작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학창시절을 돌아보아 내가 정말로 억울해 했던 상처는
아침 여섯시 오십분까지 등교하기 위해 반납해야 했던 내 소중한 아침잠과
그로 인해 허약해진 내 위장과
억지로 앉은 자율학습 시간, 도무지 의미를 느낄 수가 없어 보기 싫었던 참고서 위로
안간힘을 써서 웅크리느라 살짝 휜 내 허리와
급격한 운동량의 감소와 함께 찾아온 급격한 체력약화와 근육 감소로,
나도 모르게 약해진 내 관절들과
어차피 포기한 공부를 하면서도 성적 눈치를 보느라 정말로 몰두하지 못했던 내 취미와 꿈과
그로 인해 잃어갔던 내 웃음들과
그 밖에 정작 내 어리광과 억지 때문에 스스로 지키지 못하여 초래했던 상실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극복하지 못한 절망을
별 수 없이 택해야 하는 희망인 것처럼 제시하고
그 곳을 향해 뛰라며,
눈물 겹게 응원하던 어른들을 차마 미워할 수 없어서
스스로 날 배신하고 설득해야 했던, 그 쓸쓸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어제 졸업식으로, 6년 간 내 대학생활의 잔걸음을 함께 해주던 친구의 대부분이 떠나갔다.
졸업 축하 카드에
당신이 떠나니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야 겠다고 적어 주었다.
실은 그냥 해 본 말이었다. 당연한 감정들을 굳이 늘어놓으면 하찮아질까봐서.
어른이 무슨, 결심으로 될 일이야.
그래도 이제 서늘하고 심난한 마음엔 어느덧 미움이 없다.
어수선하고, 애나 어른이나 조급한 추억 만들기에 철이 없는 학교를 두리번 거리며
혹은 그 철없는 축제에 누구보다 열성으로 참여하며
나는 진심으로 그들의 졸업을 소박하게 축하했다.
200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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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월.
올해도 수많은 운동장에 시작과 끝을 엮는 매듭이 곧, 분주해지겠죠.
부디 그 안쓰럽고 대견한 곳곳에
함부로 묶고 치장한 다발로 단정하는 기원보다,
한 송이, 한 송이의 얼굴이
각자의 색으로 빛남을 기뻐하는 축하가
언 흙을 녹이고 봄을 준비하는 들처럼,
자유롭게 넘실거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