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words
directing stages
choigom@gmail.com
-
-
조회 수 241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연애를 하고 못하고의 문제보다

내가 사랑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 이게 의외로 쓸쓸하고 그러네.

 

나는 연애를 하지 않더라도 늘 사랑을 하고 있긴 했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큰 거(?) 없이, 조용조용 지나간 것 같다.

 

이맘때쯤이면, 한 해를 돌아보면서

마음에 지문을 남기고 간 사람도 하나 둘 추억하고 그랬는데

이건 뭐 추억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텅 빈 창고가 쑥스럽구려.

 

사람이 이렇게 감정이 삭,

빈약해지는 구나.

 

작은 호의 하나에도 가슴이 설레고 밤잠을 설치던 날들은

누구의 기억이냐고 물어도 좋을 만큼 먼 이야기가 되었고

써놓고도 보내지 못했던 편지들을 다시 읽어볼라치면

도대체 이 편지를 보내지 않은 현명한 판단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무릎을 친다.

 

지난 날의 나는, 내 가슴은

어떤 구조였을까.

닭살 돋는 이야기들과, 사랑해 사랑해 속삭임들이 가득한

일기장과 편지와 앨범들.

추억이라고 생각해서 남겨놓기엔 나 이외의 누군가에게 발각될까 두렵고

어린 시절의 장난이라고 생각해서 막 버리기엔 그때의 내 마음마저 폐기처분될까 두렵다.

 

한해 동안 고마웠던 사람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소중함으로 무르익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카드를 쓰면서 주소를 물었다.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카드를 보내겠다는 말에 반갑게 주소를 일러주는 이도 있고

며칠 간 투덜대며 마음 상하게 하는 이도 있고

아예 부정적인 이도 있고

얘가 또 뭐 보내려나부다, 무덤덤한 이도 있고.

 

카드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내년에는 쓰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하지 말라는 짓 하는 것도 실례니까는... 어쩐지 좀 아직도 애 같은 짓 한다고 한소리 듣는 것도 같았다.

그래도 올해엔 쓴 마음이 아까우니깐. 미안하지만 보낼게.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이 연말에 내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말하고 싶은 건데

귀찮게 그런 거 뭐하러,

그게 뭐 중요하다고 주소를 달래냐,

이런 말 들으면 힘빠지는 건 사실.

 

그래도 괜찮아. 사람은 다 다르니깐.

내가 꽃다발을 싫어하는 것처럼

카드도 먹고 마시는 데 쓸 수 없으니깐.

별로 비싸고 좋은 것도 아니고,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거니깐.

버리기는 좀 그렇고 안 버리고 갖고 있기도 좀 그런. 골치아픈 물건이니깐. ㅋㅋ

 

어쨌거나 나이들어 간다는 것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

감정에의 자극이 무뎌진다는 것

잊고 잊혀짐에 익숙해진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슬픔이다.

 

주소를 묻는 문자에 금세 답해주고

[역시 감성적이셔! 멋져ㅋ] 라고 보내준 친구의 답문이 고마워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하지만 떳떳하진 않다.

감성돋지 못하는 서른한 살의 분노처녀이므로.  

 

 

나이 먹어 좋은 것도 누가 좀 일러줬으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6 2010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 최곰 2010.12.31 2659
275 사랑이 지나가면 최곰 2010.12.31 2634
274 또 다시. 1월 1일을 준비하면서 최곰 2010.12.27 2478
273 해피 크리스마스 최곰 2010.12.25 2719
272 Happy Holiday to you 최곰 2010.12.24 2707
271 그냥, 바람. 후기 최곰 2010.12.24 2477
270 플레이, 스탑 최곰 2010.12.24 2571
269 welcome 2011 최곰 2010.12.22 2530
» 그러게 올해는 이상하네 최곰 2010.12.21 2413
267 변절, 배신 최곰 2010.12.20 2660
266 직장인밴드, 송년회 최곰 2010.12.19 2837
265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최곰 2010.12.18 2539
264 그렇게 걱정이 되면 최곰 2010.12.18 2768
263 춥다 최곰 2010.12.17 2765
262 또 또 최곰 2010.12.16 1877
261 성시경 나윤권 성시경 나윤권 성시경 나윤권 최곰 2010.12.16 2756
260 어죽은 못 만들지만 file 최곰 2010.12.15 2466
259 나 오늘 계탐. 로또 됨. ㅋㅋㅋ 2 file 최곰 2010.12.14 2597
258 오늘(1214)의 운세 최곰 2010.12.14 2314
257 좀 열심히 좀 하고 투정도 좀 부리고 하세요. 1 최곰 2010.12.14 236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