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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4 05:54

그냥, 바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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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마음을 지켜 온 내게

누군가가 준 상이라고 생각할게.

한번도 품지 못했던 마음이 너무 안쓰러워

내게 기회를 준 거라고 생각할게.

애닳고 애닳은 시간이 모이고 모여

너에게 닿은 거라고 생각할게.

 

나에겐 누구보다 따뜻하고 친절한 너라서

이 마음이 쉽게 돌아서질 않는다.

시간이 돌고 돌아 또 제자리로 왔는데

마주본 시간은 고작 하루,

다시 갈 길을 떠나는 우리는

그 언젠가 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야 하는 걸까.

 

시간이 너무 안 간다.

빨리 흘러서 다시 마주쳤을 때

묻고 싶은데. 물어볼 게 많은데.

 

그래도 세월이 준 지혜라고,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릴 줄 알아야

소중한 것을 얻는다는 것쯤

이제는 안다.

 

그러나 정말, 눈이 내리다 그치듯

사랑도 끝이 있겠지만

내 마음이 끝난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했던 시간들과 내 마음, 그 자세를 잊지 않고 기억할 것 같다.

 

황동규 시인처럼

헤어져도 즐거운 편지를 나 역시 너에게 쓸 수 있을 거야.

 

자꾸 기억이 난다.

나는 유난스럽게도 네 손이 좋았다.

그 손이 움직이는 걸 보는 게 좋았고, 가만히 그 손에 내 손을 대어 체온을 손끝에 실어 보내는 게 좋았다.

너의 새근새근, 숨소리가

내 공기 안에 있다는 것이 좋았다.

목소리가 나를 향해 있을 때는 하나의 소리도 놓치기 싫어서 가까이 귀를 기울였고

손을 잡고 숨을 멈추는 것이다. 그게 내가 온전히 너를 갖는 방법이고 마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글로는 무수히 많은 말을 했지만,

단 한 번도 내 입에서 사랑을 말하지는 못했지.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면 잃을까 봐서,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면 정말 그 마음이 1차원적인 감정이 되는 것 같아서

그냥 너를 옆에 두고, 보기만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손이 보이면 손을 잡고

마음이 보이면 마음을 만지는,

함께 웃고 함께 움직이며 함께 멈추는 것. 그게 사랑을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좋아 보였다.

 

확실히 넌

가질 때 퇴색하는 남자사람이더라.

그래도 그걸 감수하고 한 번,

제대로 사람들 앞에 우리 사랑해요, 말해보았더라면 좀 덜 미련이 남았을까.

내 사람입니다, 내가 지킬 거예요 -- 자신 있게 말하고 나면 덜 아팠을까.

근데 역시 난 빛 바랜 너를 볼 자신은 없다.

비겁해.

최고의 너만 보고싶어.

 

 

고마워.

 

너는 늘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적어도 이 정도지, 하는 자존심을 지켜 주었던 사람.

아쉽게 남겨 두었던 나를 이제는 후회없이 다 가진 사람.

 

 

나 역시도 후회없이 다 갖게 해 주었던 사람.

 

평생,

좋은 친구로 남자.

 

나를 제일 잘 아는 너를

가장 사랑했던 여자로 남는 쪽을 택하겠어. 난.

 

 

 

 

 

 

 

 

나는 도대체 너를

얼마나 사랑한 거냐.

 

불과 1년 전의 일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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