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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01:05

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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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용서하지 못한

수많은 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실수라고

그런 실수를 내가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아무리 내가 나를 탓하고 윽박지르고 할퀴어 봐도

남는 것은 상처일 뿐인데.

 

자학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나는 내가 왜,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실수들을 하고 있었는지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사실,

용서의 대상은 남이 아니었다.

왜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을까,

어떻게 괜찮을 수 있지,

더 거칠게 남을 몰아붙이고 수없이 센 척했지만

그건 어쩌면 나에게 하고 있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남은

실수할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은 그래도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존심이 상했고

화가 났고

답답했다.

 

내가 왜.

 

내가 왜.

 

 

 

어떤 일을 잘 완수하는 것도 나지만

그럴 수 없는 나도 있음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그래선 안 됐다.

 

적어도 나는,

나에게는

그런 여유가 용납되지 않았다.

실수했을 때 그것을 복구할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나한테는 없었다.

그래서 더

모든 주어진 한 번에 해야 했고

'패'를 기록해서는 안 되었다.

 

 

 

 

많이 아프고 힘들었던 한 해가 지나간다.

 

남을 탓해보려 해도

남이 아닌 나를 탓할 수밖에 없는

나의 상황을 또 다시 탓하며

스스로를 상처내고

그런 나를 지켜보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자학은

자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측근의 이들을 아프게 하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아직 인간으로 채 아물지 못해서

또 그런 못된 짓을 했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그래도,

이렇게 내가 무너진 채로

새로운 해를 맞을 수는 없어서,

 

꿇은 무릎에 힘을 주고

짚은 손목에 힘을 실어

다시 도약을 준비한다.

 

다리가 저려 당장은 뛸 수 없을 지라도

전보다 좀 더 느리게 걷게 될 지라도

 

멈추어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올 초에 먹었던 마음을 고쳐 먹어 본다.

 

한번 더

나를 사랑하기로 한다.

 

 

피했던 거울을

다시 똑바로 바라보기로 한다.

 

 

내가

다시 내가 되는 순간을 꿈꾸어 보기로 한다.

 

내가

나를 용서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쉬운 용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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