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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16:35

사람의 자리,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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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자리

 

(이병률. 2014년<유심>7월호)

 

깊은 밤에
집으로 가는 길에 집 앞에
한 사내가 두 손으로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붙들고 서 있다
할 말을 전하려는 것인지
의지하려는 것인지
매달리는 사실은 무겁다
사내가 한 층 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나무에 매달리는 모습을 몇 번 더 보았다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지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인지
나뭇가지는 닿기 좋게 키를 내려놓기까지 했다
어느 밤에
특히 오늘 같은 밤에는
그 가지가 허공에 손을 섞어
말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새를 날려 보냈는지
아이를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는 위층 사내도
나처럼 내어다보고 있을 것이다
그 가지 손끝에 줄을 그어 나에게 잇고
내 눈에다가도 줄을 그어 위층의 사내에게 잇다가
더 이을 곳을 찾고 찾아서 별자리가 되는 밤
척척 선을 이을 때마다
허공에 척척 자국이 남으면서
서로 놓치지 말고 자자는 듯
사람 자리 하나가 생기는 밤이다

 

*이병률: 1995년《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바람의 사생활』『찬란』『눈사람 여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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