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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2 02:37

책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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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서울살이를 하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것 중에서 어쩌면 가장 가치있는 것일지도 모를,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작지 않은 몸피로 36년 째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리 큰 공간이 필요한 사람은 아니다. 크고 작음에 대한 기준이야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남들이 보면 내 덩치를 구겨 넣고 산다고 할 만한 작은 공간에도 몸을 잘 맞추어 살 정도로, 공간의 크기에 삶의 만족도가 좌우되지 않는 인간이다. 의외이지 않은가. 그런 욕심 꽤 부리고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왜 그럴(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는데, 몇 가지 괜찮은 이유가 있다. 장점?이라고 해도 될까.

 첫째는 내가 수납-혹은 숨기기-에 능하다. 차곡차곡 넣고 정리하는 재미가 있다. 냉장고 속까지 줄 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약간의 강박이 있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중간청소급의 정리를 하며 산다. (대청소까진 아니고)

 둘째, 나는 버리기에 능하다. 잘 버린다. 다시 말하면 어떤 물건을 오래 갖고 있어서 골동품을 만들 만한 진득한 성품은 아닌게다. 대신 나는 수시로 뒤적거려 조금이라도 마음이 멀어진 물건들은 '버려' 버린다. 특히 책이나 옷은 단골 정리 대상이다. 사실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내가 옷이나 책을 자주 사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옷을 사면 오래 입고 책을 사면 두고두고 읽는 편이니 가지고 있는 옷이나 책의 양이 쉬이 눈에 띄게 늘지 않는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야금야금 사다 모은 아이들이 내 협소한 공간을 위협할 때, 그때는 나도 어쩔 수 없이 정리의 검을 휘두르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가 오면 망설이지 않고 나만의 기준으로 심사숙고해 물건들의 생사를 판결한다.


 오늘 새벽은 책 정리의 날이다. 열 권 정도의 책을 솎아 내었다. 중고서점에 팔기도 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주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또 반성을 한다. 남겨 둔 책들 중에 읽지 않은 것이 많다. 욕심내서 또 사다가 잠만 재웠구나. 부지런히 읽고 공부할 생각을 해야 한다.


 끝은 결국 또, '새벽'이라는 시간에 대한 관조. 2:36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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