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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겨울이면 있던 애인하고도 헤어지는 굴레를 40대를 앞에 둔 아직도 벗지 못한 탓에, 올 겨울도 아름답게 혼자 나게 생겼다. 이런, 크리스마스를 어린애처럼 기다려본 게 도대체 언제야. 유치찬란한 설탕 케이크를 사이에 두고 너와 나의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며 함께 초를 불던 시절도 있었는데. 친구들끼리 커플 동반여행이랍시고 드넓은 방에 모두 짝짝이 누워 애타는 숨소리만 죽였던 때도 있었지.


올 크리스마스에는, 봤던 예능 다시 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큭큭.


올해는 유난히 비가 속살거리듯 온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윤동주 시인이 시가 쉽게 씌여진다고 괴로워하던 그날 밤에 내리던 비가 이랬을까 싶다. 맥주를 한잔 마시고 창밖을 봐도 비가 화끈하게 쏟아지진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습한데 마음과 마음 사이는 가물어 툭, 툭, 터지듯 갈라진다.


재즈는 음악의 한 장르 같지만, 실은 술이나 담배, 사랑, 눈물, 죽음, 단절 같은 감정들에도 다 재즈가 있다. 재즈는 세상 모든 것들의 종류이자, 상하위 모든 개념이 될 수도 있다. 헛소리다.


가물다. 사람들이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마르다. 노래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도, 반지하 연습실 피아노에도, 알곡이 맺혀야 할 가을벌판에도, 네가 나를 부르는 그 사이 거리에도, 질척임이 사라졌다.


친구가 말했다.

세상에 별 남자 없다.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냐고 묻지 못했다. 왜? 별 남자를 기대할 수도 있잖아.


사람사람 사이는 질척질척해야 맛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는데.

이제 겨우 남들 하는 거 하고 살면서 유치찬란뽕짝한 것의 재미를 알 것 같은데.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사실 그게 특별한 사람을 찾는다는 신호라는 걸 진실로 몰랐었단 말이다.


그러니 이제,

질척이자. 질척여 달라고 말하자.

가물고 갈라진 입술보다는, 축축한 가슴을 맞대고 눈물도 흘려가며 옷 적셔 가며, 타액으로 점철된 나와 너를 만나는 나라, 그런 나라로 나아가는 게 옳지 않겠나.




하지만 육첩방은 남의 나라.

글로만 이렇게 쉽게 또닥거리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땅만 가물지는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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