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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9 23:08

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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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이다.

예년에 비해 유독 흐린 하늘과 늦게까지 움쩍달싹안하던 겨울 때문에 봄이 오긴 하는 건지 의심했는데, 계절은 늘 그렇듯이 어느새 와 있더라.



2

내 안의 특이한 경쟁심이 있다.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감정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꼭 끼어 있는 못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상대방을 누르고 있는 흑색교만.

이제 더 이상 그런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마음 속 못된 아이를.



3

나에게는, 내 아들이다, 하는 마음으로 키우다시피한 8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크면서 고생도 많이 했고, 무엇보다 한창 예민할 사춘기 시기에 집안이 흔들려 상처도 많이 받았을 텐데 그 힘든 시기를 사고 하나 없이 넘어온 착한 동생은 제대하고 20대 중반에 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면서 너무 큰 무게를 졌다. 장례식이 끝나고 이제 자기가 일해서 돈을 벌겠다고 누나는 좀 쉬면서 건강을 챙기라는 말을 할 때 나는 갑자기 이 아이가 어른이 되려는 게 너무 슬펐다. 그러나 이제는 전보다 훨씬 번잡하게 이곳저곳 널을 뛰느라 힘들다 못살겠다 징징대며 사는 나와는 달리, 처음 일을 시작한 곳에서 우직하게 버티면서 서른을 맞은 동생이 지난 주에 과장을 달았다.

내 어릴 적 친구들은 너무 작고 어린 동생만 기억하다가 지금 서른이라고 하면 아니 걔가 벌써 서른이야, 하면서 놀란다. 내가 어떤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루었을 때보다 동생의 지금이 너무 대견하고 감격스러운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더 잘해주지 못하는 누나여서, 여태도 나잇값 제대로 못하고 사는 나라서 미안하고 고마울 뿐.
이왕 잘한 거 이제 장가가서 내 마음의 짐을 좀 덜어주겠니 동생아. 해낼 거라 믿는다. 최과장 사랑한다. 뀨
 


 


 

4
 

힘든 걸로 치면 참 숨이 턱끝을 치는 겨울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엄마랑 떨어져 산 지 십수년 만에 몇 달을 엄마 옆에서 엄마밥 먹고 땅이랑 산책하며 보냈다. 엄마는 내가 곧 결혼을 할 건가보다며 기쁘기도 하고 뭔가 서운하기도 하다고 하셨다. 나 역시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그게 결혼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엄마와 이런 시간을 보낼까 싶은 마음에 더욱 더 엄마 옆에서 치대고 부비며 추운 겨울을 추운지 모르고 났다.
 

서울로 돌아와 매일매일 병원을 드나들었다. 감정과는 별개로 육체가 많이 내려앉아 사실 기운이 잘 안 났다. 그래도 좋은 의사선생님을 만나 기적에 가까운 치료를 받았다. 몸도 나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너무 따뜻하게 위로해주시는 의사선생님이셨다.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하나. 늘 고민하고 있다. 뭘 좋아하실지.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없는 분이겠지만 정말 존경스럽기 그지 없는 분.
 


 


 

5
 

그렇게 봄을 맞았다.
 

그간 나는 필요한 공부를 시작했고, 5월이면 상반기에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했던 것들을 얼마만큼 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하고 싶었지만 미뤄뒀던 것들을 하나씩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하면서, 내가 다시 무언가를 열심히 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을 조금 가져봤다. 한편에는 여전히 게으름과 나약함, 그리고 전보다 더 어른스러워진 두려움이 있다. 그 두려움 앞에 나를 둔다.
 




6

재미난 일을 하자. 그게 뭐가 되었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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