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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4 05:26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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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2월 들어서고는 눈 감았다 뜨면 일주일씩, 열흘씩 지나가 있기가 예사라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아침에 글을 쓰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게 너무 아쉽다. 오늘부터라도 다시 정신을 붙들고, 연초의 다짐을 이어가봐야지. 생각한다. 

그래, 사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될 만한, 그런 일이, 그런 사람이 있었다. 

한달이 뭉텅, 흘러간 건 아마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이 (엉망진창인)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를 포기할 권리, 삶의 숭고함에 나를 헌납하여 삶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체념을 선택할 권리, 그러니까 한없이 나약할 권리, 끝없이 불안할 권리, 권태로울 권리와 공허할 권리, 그리하여 질 나쁜 인간의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질 좋은 고독을 향유할 권리를 얻어낸 쾌락이었다. (불안의 서, 페르난두페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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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많은 것들을 체념할 때 우리는 사회로부터 낙오, 게으름, 나약의 표식을 받아왔다. 하지만 개개인에게는 불안, 권태, 공허, 고독의 권리가 있다. 때론 저 부정적이라고 여겨졌던 감정들이 훨씬 더 질 좋고 수준 높은 안식을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은 삶의 부분들을 돌아본다. 그 덕분에 아프기도 하고 좀 버거운 고민을 떠안기도 하지만, 이 역시 나쁘지 않은 것은 요즘 시끄럽게 들려오는 질 나쁜 세상사에 무조건적으로 비난을 퍼붓기보다 나에게도 그러한 가해의 지점이 있지 않았는지 더 뼈아프게 반성할 수 있는 고요를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침잠의 밤이 이어진다. 


소중한 사람이 생겼다. 나로 인해 많은 것을 잃을 것이 분명한 사람을 곁에 두고, 다시 걷는다. 얼굴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건하고 강한 몸과 마음으로 기꺼이 상황을 견뎌보겠다는 다짐.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 지금 내 등 뒤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람. 

자기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오는 이 사람은 지금 혼자 아픈 중이다. 

나는 내가 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근데 지금은 이 사람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거 하나는 알 것 같다.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다른 사람도 이런가? 



그제는 불라의 10주년 파티에 갔었다. 


[여행카페를 여행하라!] 이벤트로 모인 사람들이 햇수로 벌써 5년.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누가 더 빚이 많은가, 어느 가게의 진상이 최고인가 이런 걸 이야기 나누면서 아픔을 나누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다섯 개의 가게 중 세 개는 문을 닫고 이제 두 곳만 남았다. 명동의 워커바웃과 종로의 불라. 


우리는 생각보다 꽤 긴 시간을 같이 했다. 그리고 서로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축복해준다. 

기민과 나는 5월에 보름짜리 여행을 간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바이칼 호수. 이번에는 꼭 책 한권을 써 올 수 있도록. 정신을 차리자. 




그리고 지금 나도 정신을 차리자. 

어쩌면 이 사랑, 나에게 좋은 기운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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