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words
directing stages
choigom@gmail.com
-
-
2018.04.08 23:58

4월 8일

조회 수 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

시간이 빛보다 빠르지 않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훌쩍훌쩍 지나는 걸까. 참 궁금하다. 




2

공연이 갈수록 자연스러워지고, 아이들은 점점 더 좋은 배우가 되어간다. 고마운 일이다.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하루이틀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나는 좀 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마음을 고쳐먹고 내가 정주를 치기로 한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 회차 공연마다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는 갤러리 안의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면서, 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나도 조금씩 자라기를 기도한다. 


주말마다 사람들이 많이 든다. 2시보다 4시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긴 하지만, 어느 공연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삶과 죽음에 대한 개인의 경험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 우리의 이야기가 각자 다른 무게로 다가가겠지만, 사람들의 진지한 눈빛과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마음은 늘 같은 크기의 커다란 고마움으로 자리한다. 


이 작품이 끝나면 이어서 수희수를 올리겠지만, 뭐랄까, 이번 <불안의 서> 작업은 나에게 큰 의미를 남겼다. 나도 모르게 품고 있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사랑, 연민, 그리고 아버지의 부재가 남긴 상처, 두려움, 불안... 내가 모른 척했던 내 안의 슬픔이 조금씩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정주를 칠 때마다, 아빠의 클레멘타인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내 안에 묵혀두었던 유산같은 슬픔을 소각한다. 아버지를 잊는 작업이 아니라 아버지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업이다. 



3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참으로 복잡한 것이다. 연애가 이렇게 힘든 줄을 이 나이 먹도록 몰랐을까만, 아주 예전 엄마의 이야기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도 사람의 감정은 다르지 않아서, 그러니까 사람의 육체는 늙어도 감정은 늘 그 사람 고유의 것이어서 젊다고 더 좋고 늙었다고 덜 좋은 게 아니라고. 그래서 나이를 먹어도 사랑하고 질투-시기하고 분해하고 아파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은 늘 살아 있다고. 

그래, 그게 맞다. 나도 내가 늙어가기를 바라지 않으니까. 내 나이는 점점 들어가겠지만 내 감정이 늙어가는 건 너무 서글플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내가 사랑에 행복해하고 때론 아파하는 모습이 여전히 예쁘다.  '


잘 늙자. 멋지게. 쩔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 8월 21일 최곰 2018.08.21 27
45 6월 1일 최곰 2018.06.01 36
44 5월 31일 최곰 2018.06.01 23
43 5월 30일 최곰 2018.05.30 17
42 5월 29일_이르쿠츠크, 바이칼 최곰 2018.05.29 16
41 5월 8일 최곰 2018.05.08 19
40 4월 18일 최곰 2018.04.18 23
» 4월 8일 최곰 2018.04.08 18
38 4월 5일 최곰 2018.04.05 20
37 4월 2일 최곰 2018.04.02 19
36 4월 1일 최곰 2018.04.01 16
35 3월 30일 최곰 2018.03.30 17
34 3월 13일 최곰 2018.03.13 15
33 3월 11일 최곰 2018.03.11 13
32 2월 26일 최곰 2018.02.26 20
31 2월 25일 최곰 2018.02.26 16
30 2월 24일 최곰 2018.02.24 15
29 2월 15일 최곰 2018.02.16 15
28 2월 5일 최곰 2018.02.06 14
27 2월 4일 최곰 2018.02.05 14
Board Pagination Prev 1 2 ... 3 Next
/ 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