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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8 22:47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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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다. 

어버이를 보러 가지 못한 거의 최초의 어버이날이기도 하다. 마음이 무겁고 한편으론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아, 벌을 받을 것인가. 나에게서 어버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어 있을 것이라고. 


연인의 생일이기도 했다. 

나는 좀 미안한 일을 저지른 날이기도 하다. 미안하려고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미안해야만 하게 되어버린 일. 그렇지만 어쩌면 사실 미안하지 않기도 한, 좀 이상한 일이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런 결과를 예상하기에는 오늘 만난 꽃이 너무 예뻤다고 할까. 가드너스와이프에서 꽃다발을 주문해놓고 6시에 찾으러 가기로 했다. 5시에는 작업 관련해서 공간주(가 될 재영 오빠)와 미팅이 있었고, 하반기에는 서촌에서 무엇을 해봄직한 그런 생각을 품어 봤다. 여튼 나는 6시에 급하게 미팅을 종료했고, 대표님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일정에 없던 생일파티가 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꽃만 회사 1층에 걸어두고 집에 돌아오려고 택시를 타고 건물 앞에 도착해 택시를 잠깐 세워놓고 후다닥 뛰어 꽃을 걸려고 문을 여는 순간, 문 반대편에 서 있는 Y를 발견했다. 썩 당황한 것 같진 않았다. 나는 눈인사라도 하려고 했는데 나를 휙 지나쳐갔다. 나는 우선 꽃을 걸고 대표님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도로 집으로 돌아y오는 길에 문자를 남겼다. 

Y는 50살이다. 대표님의 전 애인이기도 하다. 기껏해야 39살인 나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그녀는 요즘 나에게로 떠나버린 전 애인의 마음에 대한 분노로 매일매일을 사는 사람이다. 울었다가 욕했다가 화를 냈다가 붙잡았다가 사과했다가 약을 먹었다가 쓰러졌다가 실려갔다가 멀쩡했다가 ... 이 모든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녀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일. 하지만 우리 둘의 다툼에 그녀는 지대한 영향을 꾸준히 미치고 있고, 급기야는 오늘 내가 Y와 마주친 문제로 인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ㅡ 글쎄. 좀 복잡한 상황이 된 것은 맞지만, 나에게는 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그 어떤 말도 직접 할 수 없는 나는 오히려 그렇게 얼굴 한번 마주친 게 결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든 더 나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가 계속 만나기로 하든, 헤어지기로 하든. 좀 더 빨리 결정될 수 있게 되었다. 


어쩐지 유난히 꽃이 예쁘다 했다. 예쁜 꽃이 한 건 했구나. 그 예쁘고 화려한 꽃이 관계의 어디쯤에 꼭 방점을 찍어주겠구나. 그리고 그 결과가 어찌되든, 그건 나에게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나는 내 안의 소리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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