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더라.
페퍼톤스 콘서트를 가자고 했던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뜬금없이 데이트 신청을 해서 의아했는데.
굉장히 설레고 긴장되면서도,
-나는 멀리 나갔다 들어오는 길-
촌각을 다투는 게 너무나 서럽고 조바심 났던 그 순간.
결국 서울에 들어서자마자 당신은
친구랑 갔다올게. 하고 마음을 바꿨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같이 가지 않길 다행이다 싶어.
사람들 앞에 보여지는 것도 두려웠고,
그걸 고려하지 않았던 당신도 경솔했고,
무엇보다 펩톤의 공연이 첫 데이트라니.
너무 낭만적이라 잊을 수가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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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봤던 영화,
내게 들려줬던 연주곡,
함께 먹었던 음식...
내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당신의 순간들.
이제는 모두 잊혀졌지만
그 기억만큼은 너무도 생생해서 문득 떠오를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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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
오늘도.
나쁜 꿈 꾸지 말고,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해.
그때보다 더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