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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껍데기에만 집착한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타인에게만 엄격한 잣대와 그들의 공기를 읽어내려 애쓰는 것이 구차하게 느껴졌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와 내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괴리감을 좁힐 수 없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저마다 갖고 있는 편견 속에 각인된 나는 그저 그런 애매한 사람. 특별히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는 사람.


서른이 되어서야 많은 것들을 인정했습니다.

삶의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과

완벽하지 않은 삶에 만족한 척 허울 좋은 웃음으로 무마했다는 것.

그리고 사랑 아닌 사랑에 손을 놓지 못해 방황했다는 것.

그래서 온전한 나를 바로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단순하게,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게 됐고,

좋아했던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됐고,

사람들 사이에서 쓸데없이 웃지 않기로 했고,

옳고 그른 것을 마음 속에 다시 한번 새기는 시도를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 칭찬하고 있어요.

멀어질까, 잃게 될까 두려웠던 사람에게서 멀어진 것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관계는 천천히, 서로를 납득시키려고 합니다.

진흙탕 속에서 자신만 빠져나가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아니- 라고 답한다면 매몰차게 놓아야겠지요.


어쩌면 보다 많은 시간이 제게서 도려내질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익숙해져있던, 어리석은 제 자신이 견뎌야할 고통이 되겠지요.

사실은, 두렵습니다. 이 허무한 감정을 덮고자 지금의 노력을 그만두게 될까봐.

해서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되짚어볼수록 짙어지는 기억을 떨쳐낼 자신이 없어서요.

한동안은 멀어져있기로 합니다.

여태까지 살아왔던 수많은 자신과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기로 합니다.

귀속된 삶의 주체는 자신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음 안에 빼곡하게 채워넣습니다.



진부하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의 서른은 다르다는 말, 터닝포인트의 의미를... 요즘은 이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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