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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2 02:37

그러던 2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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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에 쭉 지난 사람을 떠올려보는 일이 잦아졌다. 나한테 나쁘게 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보다는 내가 미안한 사람들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아마도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이나 구체적 사건은 빨리 잊고 싶어서 더 희미해지게 마련이라는 게 결론.


H군과 짧고 굵은 2개월 간의 연애가 끝난 후에도 줄곧 나는 N양에게 미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갑질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게 당시엔 나조차도 몰랐던 내 못난 진심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때에 나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녀를 아프게 한 사람이 다름 아닌 나였다는 게, 그리고 그때까지도 그녀는 줄곧 나를 꾸준하게 믿어주고 생각해주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미안함이 더 컸다. 심지어 H와 나는 없으면 못살 만큼 사랑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별종에 대한 호기심? 같은 감정이 더 컸다. 그랬기 때문에 관계가 빠르고 더 세차게 성큼거리며 나아갔었을 것이다. 둘 사이의 장난 같은 감정 사이에 N이 있었다. 표면적으로 봐도, 나는 동생에게 직접 소개해 준 남자와 결국 사귀게 된 나쁜 언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놓고도 내가 집요하게 그녀의 감정을 괴롭힌 지점이 많이 있었다. 나빴다.


몇 년이 지났어도 N은 나를 향한 끝없는 증오를 쏟아냈다. 거칠고 아픈 말만 골라서 할 줄 아는 사람이 돼 있었다. 나를 닮고 싶어했던 그 아이는 그렇게 당시의 내 나쁜 점을 고스란히 닮아 있었다. 그걸 알게 된 게 2월이었다. 근데 사람 마음이 참 우습다. 매사에 삐뚤어진 모습과  비관적인 태도, 그리고 이제는 사랑 이외의 면에서까지 줄기차게 나를 깎아내리고 있는 걸 보면서, 우리는 결국 이렇게 될 관계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살면서 많은 아픔을 겪어 온 아이여서 더 챙겨주고 싶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는 그걸 이용해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실 내가 우월할 위치는 결단코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저 대장놀이를 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그 아이의 결핍을 이용해 나의 우울을 극복하려 했을까. 뭐였을까, 나는. 하지만 정말 걜 아꼈었는데. 아닌가.


결국 그녀의 생각으로 시작해 나의 현재를 탐색하는 괴로운 시간으로 끝난 2월은, 짧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결론은 딱히 없다. 다만 내가 잃어온 수많은 사람 중에서 그 아이만큼은 잃지 않았어야 했다는 게 돌이킬 수 없어진 관계의 명확함이 주는 반성과 후회랄까.


H는 작년인가, 결혼을 했다. 급하게 한 결혼이라는 것과, 하객이 얼마 없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화려한 모습에 비해 많이 외로워했던 그가 나한테 했던 많은 말들 중 틈만 나면 생각나서 나를 웃게 하는 말이 있다. 


"너는 내가 옆에 있는데도 왜 그렇게 외로워 해?"


이 말이 왜 웃기냐하면, 사돈이 남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사진 한장을 남겨두었다. 이게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종종 큰화면으로 불쑥 튀어나와서 나를 놀래키는데, 그 재미에 지울 수는 없을 듯.  


사건은 없었으되 감정적으로 파란만장했던 2월이 끝났다.

3월은 좀 치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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