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무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시간에 덮여 흔적이 보이지 않을 때
그때쯤 되려면 얼마나 지나야 할까를 생각할 때는 시간이 잘 안 가는데
막상 예전 일기를 들추면 시간 참 빠르다 싶다.
2
승구를 만났다.
8개월만에 공시를 패스하고 지금은 세종시 국세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한때는 나의 베프, 이제는 남의 남편이 됨 (...)
오랜 시간 좋은 사이로 지내던 아이들이 이제 승구를 마지막으로 죄다 유부남유부녀가 되었는데
특히나 승구는 꽤 오래 곁을 지킨 녀석이라 보내는 마음이 참 뭐랄까 묘한 기분. 시간 참 빠르다는 느낌. 나이 많이 먹었다 싶은 마음.
서로 힘들고 구차하던 시기를 다 보면서 나이들어와서 그런가, 그간의 보상을 잘 받았구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늘 잘되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또 돌이켜보면 그러게 어려운 순간도 많았을 텐데 잘 견뎠다.
맛있는 밥 먹고 즐겁게 이야기 하고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나눈 대화들이 새롭다. 이제 다들 어른이다.
3
나만 자라지 않는 느낌이 슬프다.
4
어제는 지열이랑 수연이랑 세환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술.
저기가 내 무덤인데 맨날 좋다고 같이 술 마시고 다음날에 나 혼자 죽어있는 건 좀 이제 그만해야지 해도 그게 잘 안 됨.
우선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마음이 너무 힘들고 무거울 때 정신이 오락가락 할 때는 요 멤버 만나서 술 마시면 좋다.
근데 내가 늘 너무 취하니까. 말도 많아지고 꼰대같고. 좀 그렇다. 언제까지나 나를 받아주지만은 않을 텐데. 어떡하지.
예쁘게 늙기 어렵다.